순례길 14일째: 부르고스에서 온타나스(Hontans)까지는 약 31km의 거리입니다.
드디어 우리의 메세타 평야 지리책에서 배운 그 메세타를 걷게 됩니다. 끝없는 지평선이 무엇인지 우리에게 보여 줍니다.
한없이 걷다가 앞을 보면 여전히 마을은 보이지 않고 파란 하늘과 끝없는 들판이 앞에 놓여 있습니다. 이제 시작이라는 메세타 평야를 바라봅니다.' 왜 마을이 나타나지 않을까 왜 마을이 없지?' 하며 자꾸 시간과 거리를 체크해봅니다.
이만쯤 오면 분명 마을이 보여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면서 걷습니다. 메세타에 들어오면 밖으로 빠져나가는 길이 없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 수 있습니다.
순례자가 걷는 길은 차가 다니는 길이 아닌 그냥 걷는 길입니다.
사람마다 다르게 느끼만 순례자마다 메세타에 대한 느낀 경험이 다릅니다. 어떤 이는 너무 지루하다고 또 어떤 이는 새롭다고 또 어떤 사람은 너무 좋았다고 말합니다. 제 경우는 너무 힘들지만 좋았습니다. 물론 같이 걷는 순례자들이 있었지만 왠지 문명과 사회로부터 떨어져 나와 있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또한 이런 지평선을 마주하고 한 없이 걷는 기분이 처음이라 좋았습니다.
어제 쉬어 오늘은 좀 무리해서 계획한 것이 후회되는 날이었습니다. 가도 가도 보이지 않는 마을, 다른 순례객들은 이미 사라져 보이지도 않고 시간은 자꾸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만나게 마을 온타나스입니다.
위에 사진은 온타나스 마을 입구입니다. 사진에서 보이듯이 마을이 위치한 곳은 요새처럼 아래로 내려갑니다. 그래서 길을 걷다가 마을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보이지 않은 곳입니다. 마을을 만나고야 왜 보이지 않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길을 걷다가 결승점이 보이지 않는 것은 참으로 힘이 듭니다. 그날이 그런 날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하지만 마을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느꼈던 반가움이 안도와 함께 느꼈던 날입니다.
참고로 2019년에 걸었던 순례길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