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세스바에스(RONCESVALLES)에서 수비리(ZUBIRI) - 20.7KM의 순례길은 대부분의 순례자들이 걷게 되는 두 번째 날입니다. 물론 저는 삼일째 되는 날이었습니다. 제겐 이 길이 RONCESVALLES로 가는 길보다 어려웠습니다. 그 이야기를 잠시 해볼까 해요. 2019년 프랑스 순례길입니다.
수비리로 가는 길
쉽지 않은 길
물론 제 이야기는 모두 체력이 약한 사람 기준입니다. 론세스바에스까지 오시게 되면 정말 몸이 말이 아닙니다. 여기서부터 무너지는 분이 조금씩 나오지요. 물론 아무렇지도 않으신 분들, 소위 날아다니는 분들도 있고요. 유럽분들은 정말 잘 걷습니다. 비교를 하자는 건 아니지만 체력들이 정말 좋아 보였어요.
아래 사진은 론세스바에스에 눈이 내린 사진입니다. 3월 중순이 지났는데 눈이 오네요.
분명 론세스바에스까지가 제일 높고 힘든 날이라고 알고 있어서, 조금은 가벼운 맘으로 출발을 했습니다. 너무나 걷고 싶었던 길이라 몸은 힘들 지만, 마음은 또 다른 길로 가는 설렘으로 길을 나섰는데 눈이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몇 시간은 정말 그리 높지 않은 평지도 지나고, 예쁜 마을도 지납니다. 한적하고 유럽스러운 마을을 지나다 보면 상쾌한 기분까지 듭니다. 하지만 눈이 계속 더 많이 오기 시작합니다. 폭설은 아니지만 판초를 입고 걷다 보면 조금씩 지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기분은 눈을 맞으며 걷는다는 것만으로 너무 좋았죠. 몸은 조금씩 무거워져 가지만, '그래 머 이쯤이야' 하고 계속 걸어갑니다.
점심을 먹고 걷다 보면 본격적으로 오르막길이 나옵니다. '조금만 가면 되겠지' 하고 걷고 또 걷는데 끝이 없는 듯한 느낌이 들기 시작합니다. 하나 둘 뒤에서 저를 앞지르는 사람들이 계속 늘어납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아무도 없는 듯한 느낌이 들기 시작하면서 점점 더 힘들어집니다. '힘들면 쉬어 가야지' 하며 잠시 길에서 쉬어도 봅니다.
그래도 '해지기 전에 도착해야 하는데 숙소는 자리가 있을까' 하는 걱정도 잠시, 그때 내리막길이 시작되는데, 이제 정말 마의 구간이 나옵니다. 바로 돌길이죠. 너무 힘이 들었는지 사진이 없네요. 만만한 돌길 아니에요. 게다가 오전에 비도 오고 해서 미끌거리기까지 했습니다. '아 조심해야지', '혹시 지금 실수로 발을 삐끗이라도 하면 큰일이지' 하며 몸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합니다.
'언제 마을이 나오지? 이쯤이지 않을까' 하고 지도를 보게 됩니다. 물론 어느 부분은 구글이 안 되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전 MAPS ME 앱을 설치해서 갔습니다. 이 앱은 오프라인에서도 어느 정도 정확한 앱이에요. 이 앱이 없었으면 어쨌을 까 하는 그런 날들이 많았습니다.
다시 이야기를 하자면 아무리 지도를 보아도 참으로 갈 길이 줄어들지 않더군요. 그 이유는 평소에 이렇게 돌길을 게다가 내리막이 있는 산을 한 번도 가보지 않았기 때문에 속도가 나지 않았어요. 그래서 제겐 이 구간이 제일 힘이 들었습니다.
늘 그렇지만 길을 걷다 보면 결국은 도착지가 보입니다. 오늘 잘 곳, 그리고 쉴 수 있는 곳, ZUBIRI 가 나옵니다.
TIP : MAPS.ME 구글 앱스토어에서 다운로드하여 깔면 됩니다. 미리 떠나시기 전에 오프라인 앱을 받아 놓으세요. 맵스 미는 모든 지도가 깔려 있지 않아요. 필요한 곳을 검색을 하고 그 지역 지도를 깔 것인지 그렇게 미리 지도를 다운로드하여 갑니다. 전 프랑스 파리, 바욘, 그리고 프랑스길 등을 미리 다운로드하여 갔습니다. 정말 유용한 앱이에요. 신호가 잡히지 않은 곳에서 구글이 안될 때 맵스 미는 거의 작동이 됐어요.
여기까지 왔다면 정말 초반에 힘든 코스는 지나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초보인 제게는 다 힘든 코스였어요. 그러다가 어느 순간 체력이 늘어납니다. 배낭도 짐도 조금씩 버리다 보니 등에 익숙해지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 그 길을 맞출 때쯤 되면 정말 날아다니는 느낌이 드는 착각까지 하게 됩니다. 물론 남들이 보면 천천히 걷는 것처럼 보여도.
부엔 까미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