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로뇨(Logrono)에서 나헤라(Najera)까지는 대략 29km입니다. 하루에 처음으로 가장 많은 길을 걸은 날로 기억합니다. 그날에 힘들긴 했지만 해냈다는 나와의 싸움에서 이긴 날이라는 성취감이 떠오르네요.
프랑스 순례길 8일 차
로그로뇨를 출발해서 Navarrete를 지나 Ventosa를 거쳐서 나에라에 도착하는 긴 여정입니다. 가능한 아침 일찍 출발을 합니다. 오늘도 길고 긴 하루가 될것을 알기에 길을 나섭니다. 나예라는 어느 정도 큰도시이며 밤을 즐기는 스페인의 도시답게 아침에는 청소하는 분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을 봅니다. 만약 이 곳에 주말에 도착하셨다면 밤세 음악소리에 잠을 설칠 수도 있습니다. 아래 사진은 아침에 걷다가 만난 순례자 동상입니다. 문득 갑자기 순례자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너무 가방이 가벼워보이네요.
남은 거리
걷다 보면 자주 보게 되는 산티아고까지 얼마나 남았나 하는 거리 표시를 안내하는 간판이나 표시를 보게 됩니다. 어떤 곳은 작게 벽 또는 기둥에 표시되어 있습니다.
길을 걷다가 이런 안내판을 만나게 되면 깜짝 놀라게 됩니다. '내가 벌써 이만큼 걸었나, 이제 시작한 거 같은데..." 하며 걸어야 할 길이 줄어드는 것을 보면 뿌듯한과 함께 아쉬움이 듭니다. 그래도 초반이라 그런 감정이 덜하지만 걸으면 걸을수록 줄어드는 거리를 보며 다시 뒤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까지 생깁니다.
성당과 산티아고
산티아고 순례길을 마을과 마을을 지나 산티아고로 가는 길입니다. 그리고 꼭 마을 중심 또는 마을 안에 있는 성당을 지나가게 되어있습니다. 어쩌면 순례길이니 당연한 것이긴 한데 처음에는 '어 이 길이 아닌 것 같은데' 하고 보면 성당이 그 자리에 있습니다. 그냥 직진하면 될 같은데 성당을 지나게 만든 것처럼 화살표가 가리키고 있습니다. 작은 마을이나 큰 마을이나 상관없이 성당 앞을 지나게 노란 화살표가 이끕니다.
그리고 성당에서는 세요(도장)가 준비되어 있어서 순례자 여권에 도장을 받을 수 있죠. 종교와 상관없이 성스러운 곳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걷다 보면 모든 곳을 둘러볼 수는 없지만 시간이 되신다면 그들의 문화와 종교, 역사를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는 성당을 들러 보셔도 좋고, 종교가 있으신 분은 주말 미사나 저녁 미사에 참가할 수도 있습니다.
기부제로 운영되는 알베르게
보통은 숙소요금이 정해진 곳이 많지만 기부제로 운영되는 알베르게가 있습니다. 성당에서 운영하는 곳이거나 온전히 자원봉사자로만 이루어진 곳에는 이렇게 기부제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순례자들은 다른 곳과 비슷한 금액을 기부하죠.
프랑스길을 두 번 걸었는데 한 번은 이곳에 한 번은 다른 곳에 묵었습니다. 이곳은 기부제로 운영되는 곳이라 조금은 낡아 보일 수도 있습니다. 침대도 한방에 모두 들어 가 있는 구조입니다.
이곳을 운영하는 두 노부부는 영어를 못하시지만 정말 친절하고 좋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반대로 사립 알베르게는 깨끗하고 좀 더 세련된 분위기에 방도 구분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좋지 않던 기억이 그곳에서 생겼습니다. 다 아니지만 공립 알베르게에 비해 사립은 좀 이익이 느낌을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것 또한 그들의 살아가는 방식이라 무어라 할 수 없죠.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다음에 또 다시 간다면 아래 사진에 있는 곳을 가지 않을 까합니다.
이곳에서의 짧은 시간이 이곳의 느낌을 다 말해 준다고 할 수 없어서 오늘은 이만 줄입니다.
부엔까미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