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을 계획하다 보면 하루에 몇 킬로를 걸으면 좋을 까요? 아니 몇 킬로를 걸을 수 있을까요?
한 번도 걸어본 적이 없는 분이라면 계획을 세우는 중이라면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오늘은 정말 주관적인 생각을 적어 볼까 합니다.
1. Santiago 순례길 하루 몇 킬로가 적당할까요?
2. 하루 최고 많이 걸은 사람은 누구?
3. 부상
4. 순례길에 만난 분들
1. Santiago 순례길 하루 몇 킬로가 적당할까요?
답: 없습니다.
갑자기 없다 하니 황당하시겠지만 정말 없습니다. 내가 '걷고 싶은 만큼 걷는다'가 답입니다. 내가 걸을 수 있는 만큼, 숙박이 가능한 곳에 숙박을 하고 하루 5 킬로미터도 좋고 하루 40킬로미터도 좋습니다.
그래도 아마 평균이라는 수치는 있을 거예요. 순례길 관련 사이트 들을 돌아다니다 보면 대략 20-30 킬로미터를 걷습니다. 생장에서 나누어 주는 프랑스 길을 보면 하루에 보통 20킬로미터에서 30킬로 정도의 거리가 나와있습니다. 이건 물론 참고용입니다. 그렇지만 많은 순례자들이 이 정도의 코스로 길을 걷습니다.
2. 하루 최고 많이 걸은 사람은 누구?
제가 길을 걷다가 하루에 50 킬로미터, 60킬로미터 혹은 믿을 수는 없지만 거의 80킬로미터를 걸었다는 소문이 순례자들 사이에 떠돌곤 했습니다. 물론 정말 각자의 체력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요. 하지만 하루에 50-60킬로 미터를 걷는다는 건, 제겐 거의 뛰어다니는 것처럼 보입니다.
볼 수 있는 것들
가끔 자동차를 타고 다니다 보면 안 보이는 부분들이, 걷다가 보면 달리 보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순례길은 그런 걸 보고 느끼는 길입니다. 평소에 보지 못하던, 느끼지 못하던 그런 길, 분명 이 먼 곳까지 와서 빨리 걷기만 한다면 아마 놓치는 것도 있을 겁니다.
위에 사진은 4번지 이겠죠? 번지를 나타내는 것 같은데 지팡이와 조개가 같이 있는 센스 있는 집이었어요.
나의 기록
저도 최고 많이 걸은 날은 기억에 남습니다. 왜냐하면 다시는 그 정도로 못 걸을 것 같아서요. 그리고 왠지 해냈다는 뿌듯함도 있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비행기 시간에 맞추다 보니, 그리고 폭우가 내리기 시작한다는 소식에 비를 피하다 보니 정말 목숨 걸고 걷다시피 발걸음이 빨라지더군요. 이날은 제가 이미 어느 정도 걷는 것이 몸에 익고 순례길 마지막 전날이었어요. 나도 모르게 된 거지요. 하지만 빨리 걷다 보면 역시 놓치는 것들이 있습니다.
3. 부상
부상은 보통 빨리 걸으시는 분들이 많이 생깁니다. 예를 들어 너무 빨리 걸으시는 분들이 물집이 더 잘 생깁니다. 그 이유는 천천히 적게 걷는 분보다 더 많은 마찰이 생기니 물집이 잘 생기는 이유죠. 그리고 빨리 걷는 분들이 나중에 다치실 수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프랑스길 초반 1주일 정도에 다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발목이 삐어 결국은 포기하시고 돌아가시는 분도 몇 분 봤습니다. 앞에서 말한 수비리 돌길, 그곳에서 다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조심 또 조심.
분명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걷다 보면 20킬로 30킬로 별거 아니다 하실 분들도 많습니다. 그렇지만 조심해서 걸어서 나쁠 것이 없는 길입니다.
순례길에 만난 분들
제가 만난 어떤 분은 3번째 오시는 분인데 가능한 천천히 걷는 답니다. 그리고 가는 마을마다 좀 더 둘러본답니다. 올 때마다 다르고 모르는 곳이 있다며, 그분은 또 한 곳에 가끔 오래 머무르기도 한다고 하셨어요. 또 어떤 미국인은 그분도 여러 번 오셨는데 지금 걷는 이 길이 너무 아쉬워 천천히 걷는 답니다. 산티아고가 가까워질수록 걸을 수 있는 길이 자꾸 주는 게 안타깝다고 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제가 아는 한 미국 할아버지는 매년 오셔서 10년 이상 그 길을 걷습니다. 정말 잘 걸으세요. 평소에도 하루에 2시간씩 걸으신답니다. 그분도 하루에 30킬로미터 이상 걸으실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저랑 걸으실 때는 저랑 보폭을 맞추어주셨어요. 물론 그럴 필요가 없죠. 우리는 걷다 보면 대부분 혼자 걷습니다. 왜냐하면 모두들 걷는 페이스가 다르거든요. 처음에 서로를 배려하며 걷다 보면 어는 순간 같이 걷는 것이 힘들어질 때도 있습니다. 그러다 대화가 통해서 걷다가 보면 몇 시간은 힘든지 모르고 서로 대화를 하며 걷지요. 물론 이것도 좋습니다. 서로 힘들면 가끔 말동무를 해주는 거죠.
이 길은 정말 각자가 원하는 대로, 어떤 페이스로 걸어도 좋은 길입니다. 그냥 미리 너무 많은 계획을 안 세워도 좋은 길입니다. 물론 시간에 제약이 있다면 계획을 미리 세우고 싶은 마음도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어떤 날은 컨디션이 좋아 평소 걷는 거리보다 더 걷기도 하거든요. 그만큼 계획을 세워도 변경을 많이 하는 길이 순례길입니다.
특히 처음 오시는 분들은 즐기세요. 첫 번째 산티아고의 느낌은 두 번째, 세 번째에서 줄 수 없습니다. 그 첫 느낌을 제대로 느끼고 싶으시다면 너무 빨리 걷지 마세요. 내가 걸어온 그 길이 아쉬워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있을 수 있습니다.
부엔 까미노!